2008년 12월 04일
경제 위기론 - [펌]
결론을 말하자면,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비판은 미숙한 대응 측면에서 수긍할 만하지만, 위기의 요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급격한 시장 변동에 우왕좌왕했고, 당장의 금융 불안을 덮으려는 근시안적인 대첵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현재 금융위기를 안정시킬 것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고 할 수 있다.
경제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하다가 끝나고, 또 다른 경제가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계속 흘러져 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경제, 노무현 정부의 경제, 이명박 정부의 경제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1. 증시 불안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으로 대표되는 금융시장 불안의 계기를 짚어보자. 우선 현재의 금융위기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부터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한국의 금융위기에 글을 집중하고자 하니,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이 급격한 불안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 한국 증시도 하락하는 연동 현상을 여러차례 겪은 한국이다. 미국 및 유럽의 금융시장 불안은 한국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둘은 글로벌 금융자본이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자금을 회수하게 한다는 점이다. 금융위기는 금융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 자체를 줄일 뿐더러, 리스크를 줄이려는 경향을 낳는다. 신흥시장은 선진국 시장보다 리스크가 높을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는 청산의 우선 대상이 된다.
특히 한국 주식 시장은 근 몇 년 간 비정상적인 급등을 경험했다. 2005년 2월 28일 코스피 1000선을 돌파했고, 2007년 7월 25일 2000선을 돌파했다. 그 뒤 조정이 있었지만, 대체로 1800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 3년 간 실물경제는 불황을 면치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비정상적인 급등세를 경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한국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펀드 가입을 권할만큼 전국적인 펀드 열풍이 일었고, 부동산 거품에 대한 잇따른 경고가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옮겨갔다.
한국처럼 최근 비정상적인 주가 급등을 경험한 신흥시장은 불안감이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자본은 한국 시장에서 급속히 빠져나갔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등 신흥시장들이 모두 그러하였다. 상하이 증시는 지난해 10월 6000선을 돌파하고, 올림픽이 끝나면 80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12월 현재 2000선 부근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 역시 언제까지나 고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론이 주가 급등을 야기한 곳이다.
2. 환율 상승
강만수 경제팀이 흔히 비판받는 것이 환율 정책이다. 그러나 '매일경제'의 기사에 따르면 정부가 직접적으로 환율 상승을 위해 개입한 것은 올해 상반기 네 번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환율 상승에 긍정적이었으나, 올해 중반을 거치면서 반대되는 환율정책을 펼친 우왕좌왕 정책기조는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의 증언과 강만수 장관의 인터뷰 등을 종합할 때, 현 정부의 정책은 환율 방치이지, 인위적인 고환율 유도는 아니다. 그리고 현 상황을 종합하여 볼 때, 환율은 지금 상승할 수 밖에 없다.
환율 상승의 첫째 원인은 무역수지 적자다. 2007년 12월부터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10년만의 일이다. 무역수지 적자와 만성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는 직접적인 환율 상승의 원인이었다.
(이걸 쉽게 설명하자면... 무역수지 적자란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는거죠. 수출은 물건을 팔아서 달러를 버는 것이고, 수입은 물건을 사면서 달러를 지불하는 것이죠. 무역적자란 버는 달러보다 지불하는 달러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내시장에 있는 달러가 줄어들겠죠. 달러가 줄어드는만큼 희귀해지고, 그만큼 그 가격은 올라가겠죠. 그 것이 원화가치 하락, 환율 상승인 것입니다.)
둘째 원인은 주식, 부동산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유출이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금융자본이 빠져나간데 따른 직접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아마도 미네르바가 '노란토끼'라 표현한 것이라 여겨지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효과가 컸다. 일본은 지난 10여년간 초저금리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금융자본은 일본에서 자금을 대출하여 수익성이 높은 시장에 투자하였다. 이 것이 엔캐리 트레이드 현상이다.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이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자본의 이탈 현상에서 일본은 제외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엔화는 달러에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엔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유달리 급등하고 있다.
3. 한국 시장과 미국 시장의 연동성
예전부터 한국 금융시장, 특히 증시는 미국 금융 시장의 움직임에 취약하였다. '뉴욕이 재채기하면 서울은 몸살을 앓는다'는 말도 있다. 이러한 추세는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두드러졌고, 현재 금융위기에서도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규모가 크다는 점(중국에 이어 2위), 금융업 내 교역 규모는 절대적이라는 점,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금융시장의 높은 의존 등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동성은 최근 금융위기에 따른 타격을 더욱 확대하였다.
4. 현 정부의 대책
현 정부의 위기 대책에 대한 비판은 주로 감세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미국 및 유럽 선진국들의 감세정책이 주로 저소득층 및 서민을 상대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정부의 감세는 종부세, 법인세, 상속세 등 부유층을 상대로 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경기부양의 효과는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가 부유층에 대한 감세보다 높은데, 정부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만 내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의 효과는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불황을 야기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계속 불황을 겪어왔다. 서민과 저소득층의 사정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나아지지 않았다고 보아도 좋다. 감세는 분배정의의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몰라도, 현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쉽게 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종부세, 법인세, 상속세 인하는 이명박 후보의 대선공약에 포함되어 있었던만큼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타 경기부양책의 기조를 보면, 각종 재정지출 확대와 규제완화로 볼 수 있다. 복지정책 확대, SOC 투자 확대 등은 다른 나라들과 별 차이가 없고 현 상황에서 바람직한 기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는 현재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인가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우선 현재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이 금융시장의 자유방임이며, 그 대책으로 규제 강화를 지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금융지주회사법 등 금융시장 규제 완화를 시도하는 것은 일단 타이밍이 부적절하다고 본다. 기업 규제 완화는 경기부양을 위한 투자 확대를 노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투자를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기업들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소비진작 또는 수출 유도가 급하다.
# by | 2008/12/04 01:45 | Dojo Sense | 트랙백 | 덧글(0)





